살아가는 이야기/어려운이야기들

악은 거침없고 선은 증명해야 한다

상산솔연 2025. 3. 9.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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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은 거침없고, 선은 증명해야 한다 ? - 그 기묘한 아이러니에 대하여
 
세상에는 참 이상한 공식이 있다.
악당들은 길을 막힘없이 잘만 가는데, 착한 사람들은 매번 변명하고 증명해야 한다.
뭐, 범죄자들은 대놓고 악행을 저지르면서도 기세등등하고, 영웅들은 도덕적 딜레마에 빠져 이리저리 고민하는 모습,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은가?
그렇다.
바로 《다크 나이트》에서 하비 덴트가 던진 문제적인 한 마디, "악은 이렇게 거침없이 길을 가는데 선은 왜 이렇게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가?"가 바로 그 핵심이다.
이쯤 되면 선한 사람들은 억울해서라도 악당이 될까 고민해야 하는 게 아닐까?


 1. 악당들은 고민이 없다. 선한 사람들은 고민이 많다.

생각해보라. 
영화 속 악당들은 원대한 계획이 있다. 
조커? 그냥 도시를 혼돈에 빠뜨리고 싶을 뿐이다. 
배트맨? "이걸 내가 막아야 해, 
하지만 법과 정의를 지켜야 하고, 또 시민들은 나를 믿어야 하고..." 고민이 많다. 
결국 악당들은 쿨하고 자유롭고 거침없는데, 영웅들은 온갖 부담을 떠안고 허우적댄다. 
선한 사람들이 고민하는 동안, 악당들은 이미 두 블록 정도 앞서 나가 있다.

이게 현실에서도 마찬가지다. 
규칙을 어기는 사람들은 신경 쓸 게 없다. 빨간불인데? 그냥 가면 그만이다. 
남들이야 "저 사람 미쳤나?" 하고 손가락질할 수도 있겠지만, 당사자는 이미 목적지에 도착해 커피 한 잔 하고 있을 수도 있다. 
반면 법을 지키는 사람들은? 초록불이 켜지기만을 기다리다가, 옆에서 누군가 신호를 무시하고 질주하는 걸 보며 '저러면 안 되는데...' 하고 분노만 끓인다.

 2. 착한 사람들은 영원히 숙제 중이다

악당이 목표를 이루는 과정은 직진이다. 
예를 들어, 돈이 필요하면 은행을 털면 된다. 단순명료. 하지만 착한 사람이 돈을 벌려면? 
정당한 방법을 찾아야 하고, 열심히 일해야 하고, 남을 속이면 안 되고, 세금도 내야 한다. 
악당은 아무런 해명 없이 자신의 일을 하지만, 선한 사람들은 언제나 "나는 이래서 착합니다"를 증명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저 사람 진짜 좋은 사람이야!"라는 평가를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열심히 일하고, 동료를 도와주고, 친절하고, 공정해야 한다. 
그런데 악명이 자자한 상사가 있다면? 그냥 "아, 원래 저런 사람이야"라고 넘어간다. 
무슨 논리인가? 좋은 사람은 실수하면 평가가 무너지고, 나쁜 사람은 원래 나쁘니까 그대로다. 참 불공평하지 않은가?

 3. 해결책: 악당의 효율성과 영웅의 신념을 결합하라

이제 고민이 시작된다. 
과연 우리는 계속해서 "나는 착한 사람이야!"라고 증명하면서 살아야 할까? 
아니면 조커처럼 규칙 따위 개의치 않고 살아야 할까? 
정답은 둘 다 아니다. 
현대 사회에서 필요한 건 악당의 거침없는 효율성과 영웅의 신념을 결합하는 것이다.

착한 사람이 증명해야 한다는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굳이 스스로를 과하게 검열하고, 모든 일을 부담스럽게 끌어안을 필요는 없다. 
남들에게 보이기 위해 선을 행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이게 맞으니까" 하는 것이다. 
그리고 때때로, 조커처럼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규칙을 재해석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결국 세상은 언제나 선과 악이 공존하는 무대다. 
악이 쉽게 나아간다고 해서, 선이 반드시 고난 속에만 있어야 하는 법은 없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순하다. 선을 지키되, 더 똑똑하게, 더 자신감 있게, 그리고 불필요한 증명의 짐은 내려놓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착한 사람도 거침없이 나아갈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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