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단 두목
춘추전국시대 강도단 두목 도척(盜跖)과 그의 전설적인 5도(성, 지, 용, 의, 인)에 대해....
중국 춘추전국시대는 참으로 혼란의 시대였습니다.
나라들은 치고받고 싸우기 바빴고, 도덕과 예의는 황제의 연회상에 놓인 장식품처럼 겉치레로 전락해버렸죠.
이 혼란스러운 시대에 나타난 한 인물, 바로 도척(盜跖)입니다.
그는 도둑인데, 그냥 도둑이 아닙니다.
"도둑계의 공자"로 불리며, 자기 철학까지 곁들인 전설적인 강도단의 두목이었죠.
그가 자기 행동을 정당화하며 늘 입에 달고 다니던 "5도(五盜)"는 당시 사람들 입장에서는 황당했을지 모르지만, 우리 입장에서 보면 제법 묘미가 있습니다.
자, 도척의 5도를 그의 입장에서 한번 풀어봅시다.
1. 성(性) - 본성에 충실하라!
도척의 말에 따르면, “성(性)이란 인간의 본능이자 기본 욕구다.
배고프면 먹고, 갖고 싶으면 가지면 그만이다!”라고 했죠.
그는 세상의 도덕적 잣대를 이렇게 비웃었습니다.
“내가 도둑질을 하는 건 내 본성을 따르는 거야. 왜? 배고프니까! 잘 살고 싶으니까! 너희들이 누리는 부와 권력도 다 너희 조상들이 남의 걸 빼앗아 얻은 거 아니냐? 내가 남의 걸 빼앗는 게 무슨 문제야?”
도척의 논리는 간단명료했습니다.
배고프면 밥을 먹듯, 부자가 되고 싶으면 가져가는 게 인간의 본성이랍니다.
물론 피해자 입장에선 기가 찰 소리겠지만, 도척은 그렇게 본성을 따른다는 명목으로 도둑질에 열심이었죠.
2. 지(智) - 도둑도 머리가 좋아야 한다!
도척은 늘 "똑똑하지 못한 도둑은 금방 잡혀간다"며 머리를 쓰는 걸 중요시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죠.
“왕이 나라를 다스리는 것도 머리를 써야 하는 일이고, 내가 도둑질하는 것도 머리를 써야 하는 일이다.
왕은 세금이라는 이름으로 훔치고, 나는 밤에 슬쩍 훔치지. 차이가 뭐냐? 난 더 효율적이라는 거지!”
도척은 목표물을 정할 때도 철저한 분석과 전략을 세웠습니다.
어느 집이 돈이 많고, 언제 비어 있는지 꼼꼼히 조사했고, 심지어 동료들 사이에서는 “도둑계의 손자병법”이라 불리며 존경받았습니다.
그는 “지혜로운 도둑은 잡히지 않는다”는 철학을 남기며, 어리석은 도둑들을 “잡히고도 울지 마라”며 핀잔 주는 것도 잊지 않았죠.
3. 용(勇) - 도둑질엔 담대함이 필요하다!
도둑질이 아무리 기술과 전략의 문제라지만, 결국 실행에 옮기는 데 필요한 건 용기입니다.
도척은 겁쟁이를 질색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죠.
“겁쟁이가 무슨 도둑질을 하겠냐? 훔치다가 주인이 나오면 소리도 못 지르고 도망칠 놈이 뭐하러 이 바닥에 들어왔냐!”
도척의 용기는 때로는 과감함 그 자체였습니다.
전설에 따르면, 그는 한 번은 너무 배고파서 한 나라의 곡식 창고를 통째로 털어버렸다고 합니다.
농민들은 처음에는 황당해했지만, 도척이 곡식을 마을에 나눠주자 “우리 도둑님 만세!”를 외쳤다는군요.
그는 “담대하게 행동하면 군왕도 감히 어쩌지 못한다”고 주장하며, 왕에게 세금을 빼앗기던 백성들에게는 일종의 영웅 같은 존재가 되었죠.
4. 의(義) - 도둑도 의리가 있다!
도척은 “도둑질에도 의(義)가 필요하다”는 철학을 늘 강조했습니다.
“의리가 없는 도둑은 동료들에게 버림받는다”는 게 그의 논리였죠.
그는 늘 동료들과 이익을 공평히 나누며, 배신자는 가차 없이 응징했습니다.
“왕도 신하들에게 충성을 요구하지 않느냐? 나도 우리 도둑단에 충성을 요구한다.
우리는 의리로 뭉친 공동체다!”
한 번은 동료가 위험에 처하자 도척은 목숨을 걸고 구해주었고, 이 일로 인해 도둑단 내에서는 그의 리더십이 더욱 확고해졌다고 합니다.
그는 도둑질조차도 공동체의 규칙과 의리가 있어야 한다며, 도둑들 사이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습니다.
5. 인(仁) - 도둑의 인간다움
아니, 도둑이 무슨 인(仁)을 이야기하느냐고요? 하지만 도척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가진 자들의 것을 훔쳐 못 가진 자들과 나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인이다!”
그의 논리는 민심을 사로잡기 충분했습니다.
당시 가난에 찌들었던 농민들은 도척의 도둑질을 비난하기는커녕, 그를 “불쌍한 자들을 돕는 의적”으로 여겼습니다.
그가 훔친 물건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장면은 오늘날의 영화 속 의적을 연상케 하죠. 물론 도척 본인은 순전히 “나눠야지 먹을 수 있다”는 실용적 이유로 나눴다고 하지만, 그 결과는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주었습니다.
▶ 도척의 철학: 왕과 도둑, 뭐가 다른가?
도척의 5도는 단순히 도둑질을 정당화하려는 궤변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철학은 한 발 더 나아가, 당시의 왕과 귀족들이 백성들을 착취하며 자신들의 부를 쌓는 행태를 꼬집었습니다.
“왕이란 도둑 중의 도둑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왕은 도둑질을 합법으로 만든다. 나는 적어도 솔직하지 않냐?”
장자는 도척의 이러한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도덕과 정의란 무엇인지 묻고, 당시의 형식적인 유교적 도덕 체계를 신랄하게 비판하고자 했습니다.
결국 도척은 단순한 도둑이 아니라, 당시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을 풍자적으로 드러내는 인물이었습니다. 그의 5도는 도둑질을 넘어 삶의 본질, 인간의 본능, 그리고 사회적 정의에 대해 깊은 질문을 던지는 도구로 활용됩니다.
오늘날의 시각으로 보면, 도척은 "말발 센 철학자 도둑"으로 기억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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