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변산의 석양처럼 붉게 물든 추억바닷바람이 시원하게 뺨을 스치는 변산반도 채석강. 기묘하게 솟아오른 암벽들은 마치 오랜 세월 동안 켜켜이 쌓인 추억처럼 보였다. 해질녘 붉게 물든 노을이 바다에 비치고, 그 위로 갈매기 몇 마리가 빙글빙글 돌았다. "여기 진짜 예쁘다." 나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스무 살 여름,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이곳에 왔었다. 손을 꼭 잡고 해변을 거닐며 앞날에 대한 희망에 부풀었던 그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중년이 되어 혼자 이곳에 서 있으니 감회가 새롭다. 우리는 대학교 축제에서 처음 만났다. 그녀는 국문과였고, 나는 그녀에게 첫눈에 반했다. 용기를 내서 말을 걸었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연인이 되었다. 함께 캠퍼스를 거닐고,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데이트를 하면서 우리의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