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변산의 석양처럼 붉게 물든 추억
바닷바람이 시원하게 뺨을 스치는 변산반도 채석강.
기묘하게 솟아오른 암벽들은 마치 오랜 세월 동안 켜켜이 쌓인 추억처럼 보였다.
해질녘 붉게 물든 노을이 바다에 비치고, 그 위로 갈매기 몇 마리가 빙글빙글 돌았다.
"여기 진짜 예쁘다."
나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스무 살 여름,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이곳에 왔었다.
손을 꼭 잡고 해변을 거닐며 앞날에 대한 희망에 부풀었던 그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중년이 되어 혼자 이곳에 서 있으니 감회가 새롭다.
우리는 대학교 축제에서 처음 만났다. 그녀는 국문과였고, 나는 그녀에게 첫눈에 반했다.
용기를 내서 말을 걸었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연인이 되었다.
함께 캠퍼스를 거닐고,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데이트를 하면서 우리의 사랑은 깊어만 갔다.
"오빠, 여기 앉아서 사진 찍자."
해변에 그녀의 모습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아름다웠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 그 순간, 시간이 멈춘 듯했다.
하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나는 곧 군대에 입대해야 했다. 그녀와의 이별은 나에게 너무나 큰 상처였다. 편지를 주고받으며 서로를 그리워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 사이는 점점 멀어져만 갔다. 결국 우리는 헤어지게 되었다.
"잘 지내지?"
나는 그녀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서로를 끌어안고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다. 그날 이후, 우리는 다시는 만나지 못했다.
세월이 흘러 중년이 된 지금도 나는 그녀를 잊지 못한다. 가끔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그녀의 안부를 묻곤 한다. 그녀는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행복하게 살고 있을까?
변산의 석양은 점점 붉어지고 있었다. 나는 벤치에 앉아 옛 추억에 잠겼다. 마음 한구석에는 아직도 그녀를 향한 미련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제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잘 가."
나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다시 한번 변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가슴에 담았다.

연애소설 끝
변산반도 채석강을 배경으로 한 옛사랑 기억입니다.
젊은 시절의 아름다운 사랑과 이별의 아픔을 겪으며 성장하고, 중년이 되어 다시 그곳의 과거를 회상합니다.
추억에 대한 다양한 감정이 스쳐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