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어려운이야기들

겨울 바다에서 만난 질문들

상산솔연 2025. 2. 17.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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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바다에서 만난 질문들

우리는 왜 끊임없이 바다를 찾아가는 걸까? 특히 이렇게 차가운 겨울날에도.

창가에 부딪히는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차를 몰았다. 

도시를 벗어나 바다로 향하는 길은 한적했다. 

오늘따라 유난히 회색빛 하늘이 낮게 깔려있었지만, 그것이 오히려 내 마음을 편하게 했다.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주말 아침, 바닷가 주차장에는 몇 대의 차만이 외로이 서 있었다. 

차 문을 열자마자 짭조름한 바다 내음이 코끝을 간지럽혔다. 

삼십 년 전, 처음 이렇게 겨울 바다를 찾아왔었지.

그때의 나는 지금보다 더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뜨거운 열정으로 가득했다.

모래사장을 걸으며 발자국을 남긴다. 뒤돌아보니 그 자국이 파도에 씻겨 사라지는 게 보인다. 

우리의 인생도 이와 같은 걸까? 우리가 남긴 흔적들은 결국 시간이라는 파도에 씻겨 사라져버리는 것일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자 가슴 한켠이 묵직해진다.

멀리 수평선 위로 갈매기 한 마리가 날아간다. 

저 갈매기는 어디로 향하는 걸까? 나는 문득 궁금해진다. 우리도 저 갈매기처럼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날아가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저 바람 따라 흘러가는 것일까?


차가운 모래 위, 내 옆에는 thermos가 담긴 보온병이 놓여있다.

따뜻한 차 한 모금이 차가워진 몸을 데운다.

이제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지만, 여전히 바다를 보면 스무 살의 떨림이 되살아난다.

그때나 지금이나, 바다 앞에서는 여전히 초심자인 것만 같다.

파도 소리를 들으며 생각한다.

나는 왜 아직도 이렇게 이야기를 찾아 헤매는 걸까?

어쩌면 우리는 모두 각자의 이야기를 통해 삶의 의미를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소설 속 인물들처럼, 우리 모두는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는 여정 중에 있는 것일지도.

문득 옆을 보니 조개껍데기 하나가 반짝인다. 

주워들어 보니 완벽한 모양새다. 자연이 빚어낸 작품 앞에서 나는 다시 한 번 겸손해진다. 

우리의 창작이란 것도 결국 자연의 한 조각을 베끼는 것에 불과한 게 아닐까?


멀리서 노부부가 손을 잡고 걸어온다. 

그들의 발자국은 하나의 선을 그리며 이어진다. 서로를 의지하며 걷는 모습이 아름답다. 

삶이란 결국 이런 것이 아닐까?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함께 걸어가는 여정.

해가 저물어간다. 

붉은 석양이 바다를 물들인다. 오늘도 많은 질문을 안고 돌아가지만, 그것이 오히려 위로가 된다. 

답을 찾지 못한 질문들이 있다는 건, 아직도 호기심 가득한 어린아이의 마음을 간직하고 있다는 증거일 테니.


차에 오르며 마지막으로 바다를 돌아본다. 겨울 바다는 여전히 차갑고 고요하다. 하지만 그 속에는 끝없는 이야기가 숨어있다. 마치 우리 인생처럼. 다음에 또 올게, 라고 속삭이며 차를 돌린다. 

돌아가는 길,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생각한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바다를 향해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여정에서 만나는 질문들이, 우리를 더 깊은 곳으로 이끄는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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